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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계절이면 괜히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치죠. 일상이 반복되고, 주말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커지는데 막상 ‘어디를 갈까?’ 싶을 땐 항상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그럴 때 저는 산을 떠올려요. 사람 북적이는 번화가도, SNS에 넘쳐나는 유명 맛집도 좋지만, 때론 자연의 품이 필요한 순간이 있어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단연 잊을 수 없었던 곳, 바로 전북 완주의 대둔산이에요.
완주 대둔산 축제, 이건 진짜 달라요
6월이면 대둔산에서는 ‘완주 대둔산 축제’가 열려요. 저도 처음엔 그냥 지역축제겠지 했는데, 웬걸요. 이 축제는 정말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쓴 게 느껴졌어요. 단순히 공연 몇 개 띄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오묘하게 어우러지는 느낌?
특히 올해는 6월 7일과 8일, 딱 이틀만 열려요. 그래서 더 귀하고, 더 가고 싶어 지는지도 몰라요. 완주 운주면의 대둔산도립공원 잔디광장에서 열리는데, 탁 트인 곳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체험 부스, 지역 상생의 푸드존까지. 모두 무료입장이에요. 이 정도면 정말 감사한 수준이죠.
구름다리, 말로만 듣던 그곳을 걷다
아마 대둔산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게 삼선 구름다리일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땐 ‘에이, 그냥 흔한 출렁다리 아니야?’ 했는데요. 직접 그 위에 올라섰을 땐... 와, 말문이 막혔어요.
눈앞에 펼쳐진 절경, 아래로는 깎아지는 절벽, 그리고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진심으로 두 손에 땀이 났어요. 그런데 그 두려움을 조금씩 넘어서고 나면, 어느새 묘하게 중독되는 기분이 들어요.
‘내가 지금 하늘을 걷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바람이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뒤를 돌아봤을 때 저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들이 점처럼 보일 때… 그 묘한 짜릿함과 해방감은 정말 어디서도 느끼기 힘든 감정이었어요.
혼자여서 더 좋았던 그 하루
이번 여행은 혼자였어요. 누구랑 약속을 잡을까 하다가, 그냥 훌쩍 떠나고 싶었거든요. 사실 혼자 산에 간다는 게 처음엔 조금 망설여졌지만, 도착하자마자 그 걱정은 싹 사라졌어요.
주차장에서 완주 대둔산 축제장까지 이어지는 길, 작은 천을 따라 걷는 동안 마음이 하나하나 풀리더라고요. 축제장엔 가족 단위 관광객도 많았고, 연인들도 있었지만 혼자 걷는 저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오히려 조용히 자연을 음미하는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구름다리를 지나 마천대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어떤 아주머니께선, “혼자 왔어? 용감하네~” 하시며 미소를 지으셨어요. 그 한 마디가 너무 따뜻하게 와닿아서, 그날 하루 종일 마음이 편안했답니다.
대둔산은 여름이 시작되는 그 첫 페이지 같아요
이곳을 처음 찾은 계절이 초여름이라서 그런가, 저는 대둔산 하면 연둣빛 숲과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이 시기가 가장 떠올라요.
축제 기간에 맞춰 오르면 가장 푸르고 청량한 모습의 대둔산을 만날 수 있어요.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 속에 몸을 맡기면, 자연이 주는 위로가 얼마나 깊고 따뜻한지 깨닫게 되죠.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망설이지 마세요
만약 지금 이 글을 보고 ‘나도 한번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건 이미 마음이 가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괜히 미루지 말고, 이번 여름엔 꼭 완주 대둔산 축제를 경험해보세요.
풍경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정, 먹거리, 소소한 체험까지 하나하나가 따뜻하게 남을 거예요. 저는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이 축제를 ‘꼭 가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만큼 행복했어요.
숨 쉬듯 오르는 길, 케이블카에서 만난 나의 계절
대둔산을 오르겠다고 결심했을 땐, 사실 조금 겁도 났어요. 평소 등산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었고, 가파른 능선을 본 순간 다리가 풀릴 뻔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도 이곳엔 케이블카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 케이블카가 제 마음을 쏙 알아주는 듯, 가만히 저를 품에 안고 산속 깊은 곳으로 데려다줬어요.
출발하고 몇 분 지나자, 갑자기 눈앞이 확 트였어요. 아래를 내려다보니 소나무 숲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멀리서 산새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죠. 저는 그 순간, 꼭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어요. 도심의 빌딩숲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을 지나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 근처.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살짝 선선한 바람이 볼을 스쳤는데, 그 바람 하나만으로도 이곳에 온 보람이 느껴졌어요.
걸을수록 가까워지는, 대둔산의 사계절
대둔산의 진짜 매력은요, 계절마다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거예요. 봄엔 연둣빛 새잎이 자라나고, 능선 곳곳에 진달래와 개나리가 살포시 피어나요. 산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봄 향기가 확 느껴지곤 해요.
여름은 대둔산이 가장 짙고 푸르른 계절이에요. 나무마다 잎이 풍성하고, 하늘은 쨍하니 맑고, 숲 안엔 시원한 바람이 흐르죠. 그리고 바로 이 여름이, 완주 대둔산 축제가 열리는 계절이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의 재잘거림, 지역 농부님들의 정겨운 목소리가 대둔산에 함께 울려 퍼지는 게 참 따뜻하게 느껴져요.
가을이 되면? 말해 뭐해요. 온 산이 붉고 노랗게 물들면서, 그 풍경 하나만으로도 카메라 셔터를 수십 번 누르게 돼요. 단풍이 바람 따라 흩날리는 그 장면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만큼 황홀해요.
겨울엔 하얗게 눈이 덮이면서 또 다른 세계가 열려요. 특히 눈 내린 구름다리는… 마치 하늘 위 얼음 다리를 걷는 느낌이에요. 솔직히 좀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죠. 저는 언젠가 꼭 한겨울의 대둔산도 다시 찾고 싶어요.
단풍도 좋지만, 여름의 싱그러움은 유독 짙어요
많은 분들이 가을 단풍을 보러 오시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이 여름의 대둔산이 제일 좋았어요. 초록이 이토록 여러 색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산을 오르며 올려다보는 나뭇잎의 색과, 아래서 바라보는 녹음의 깊이가 다르게 느껴졌어요.
축제 기간엔 꽃과 자연만 있는 게 아니라, 곳곳에 마련된 체험 부스도 작지만 정겹고 유쾌했어요. 아이들 웃음소리와 지역 예술인들의 퍼포먼스, 그리고 완주 농부들의 손맛이 담긴 푸드존까지… 그냥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공간이었어요.
마음이 머무는 곳, 대둔산
돌아오는 길, 케이블카 안에서 저는 가만히 눈을 감았어요. 떠나는 게 아쉬워서 그랬는지도 몰라요. 눈을 감으면 바람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그리고 제 심장이 콩닥이던 그 순간들이 그대로 떠올랐어요.
사람들은 자꾸 멀리로 여행을 떠나려 하죠. 그런데 때로는 가까운 자연 속에서, 그 어떤 여행보다 깊고 진한 감동을 만날 수 있다는 걸 대둔산이 알려줬어요. 이곳은 그냥 ‘산’이 아니라, 제 마음의 쉼표 같았어요.
축제는 끝났지만, 여행은 계속된다
두근거렸던 완주 대둔산 축제가 끝났을 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냥 바로 집으로 돌아가긴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살짝만 더 들여서, 완주를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어요. 그 선택,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축제장에서 조금만 차를 몰면 삼례문화예술촌이라는 곳이 나와요. 여기는 오래된 양곡창고를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인데, 현대미술 전시도 있고 소규모 북카페도 있어요. 산에서 내려온 몸과 마음을 잠시 쉬어가기 딱 좋은 분위기랄까요.
작은 전시실 안에서 조용히 그림을 보고 있다 보면, 대둔산의 짙은 녹음이 눈앞에 또 아른거려요. '축제가 끝나도, 나는 아직 완주에 있어'라는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완주의 밥상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어디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마을 어귀에 있는 작고 소박한 식당에 들어갔어요. 메뉴는 딱 세 가지. 된장찌개, 청국장, 그리고 도토리묵 정식. 뭘 시켜도 실망은 없겠다 싶었죠. 저는 결국 도토리묵을 골랐어요.
그 묵 한입에, 완주라는 지역의 정성이 다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그냥 맛있다는 말로는 부족한, 사람 손맛이랄까. 투박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밥상이었어요. 반찬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었고, 주인아주머니의 미소는 밥보다 더 따뜻했답니다.
완주는 로컬푸드 1번지로도 불릴 만큼 농산물도 좋고, 식문화도 정갈해요. 축제장에서도 완주 농가에서 직접 나온 오미자 음료, 수제 쿠키 같은 걸 판매했는데, 하나같이 다 믿음이 가는 맛이었어요.
하룻밤 더, 완주에서의 여운
대둔산 근처엔 소박하고 예쁜 숙소가 참 많아요. 저는 고민 끝에 작은 펜션을 예약했는데, 정말 별다른 것 없이도 참 좋았어요. 밤이 되자 산속엔 고요함이 내려앉고, 하늘에 별이 떠 있었죠. 요즘은 이런 밤이 참 귀하잖아요.
아침엔 펜션 아주머니가 준비해 주신 조식으로 하루를 시작했어요. 정갈한 나물 몇 가지와 따뜻한 밥 한 공기, 그리고 계란찜 하나. 간단하지만 속이 편안해지는 그 아침을 먹고 나니, 몸도 마음도 충전되는 기분이었어요.
혹시 가족과 함께 축제에 간다면 완주 로컬푸드 테마파크도 좋아요. 아이들 체험 공간도 많고, 전통 장터처럼 꾸며져 있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지루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정이 넘쳐요.
대둔산, 그날의 바람은 아직도 기억나요
지금도 가끔 일하다가 문득 떠오를 때가 있어요. 구름다리에서 불어오던 그 바람, 축제장에 울리던 사람들의 웃음소리, 케이블카 안에서 바라보던 끝없는 숲의 물결…
그 짧았던 이틀이 저에겐 아주 길고 진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누구나 가슴속엔 숨 쉴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완주의 대둔산은 저에게 그런 쉼표였어요. 그곳에 다녀온 후,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더 단단해진 기분이에요.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하나쯤 생기길 바라요. 이번 6월, 완주 대둔산 축제에서 그 특별한 첫 장면을 만나보세요. 진심으로 추천해요.





























